한국의 과학·기술 역사

한국 최초의 고속철도(KTX 이전)의 개발 시도

엘보리보 2025. 4. 9. 11:21

 

한국 최초의 고속철도(KTX 이전)의 개발 시도

 

오늘날 KTX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속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전에도 한국은 고속철도 개발을 시도한 바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고속철도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정부와 철도청은 ‘서울–부산 간 2시간대 이동’이라는 목표 아래 초기 연구를 추진했다. 일본의 신칸센과 프랑스의 TGV가 성공을 거두며 전 세계적으로 고속철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다.

 

1974년 경부고속도로의 개통 이후 철도 역시 도로만큼 빨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고, 정부는 이를 국가 경쟁력 향상의 요소로 인식했다. 1975년 한국철도기술연구소와 서울대, KAIST 등의 학계가 중심이 되어 고속철도 사전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에는 ‘경부축 전용선’을 건설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경부선을 개량하여 시속 180km급의 ‘준고속철도’를 도입하려는 구상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기술력과 자본의 한계는 분명했다. 당시 국내 철도 기술은 기관차 자체 생산도 초기 단계였고, 철로·전기·신호 시스템 모두 일본이나 유럽의 기술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는 기술 이전 없이 자체 개발이 어렵다는 평가가 내려졌고, 관련 연구는 ‘장기과제’로 보류되었다. 또 고속철도에 투입될 예산이 당시 국가 예산의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시도는 한국 고속철도 도입의 밑바탕이 되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민자 유치와 국책 사업 형태로 ‘경부고속철도 사업’이 본격화되고, 1992년 공사가 시작되어 2004년 KTX가 정식 개통된다. 초기의 개발 시도는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한국도 고속철도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은 중요한 시작이었다.

 

결국 한국의 고속철도는 KTX라는 성과로 완성되었지만, 그보다 훨씬 앞서 존재했던 1970년대의 고속철도 구상은 기술과 정책, 그리고 국가 비전이 하나로 모이기 어려웠던 시기의 현실을 반영한다. 이 잊힌 도전은 오늘날 고속 교통망의 토대를 놓은 선구적인 발걸음이었다.